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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그리고 기부/재능기부

[소셜멘토링] 마케터가 되고 싶은데 하도 막막하다는 서울대졸업생

서울대졸업생에게 내가 멘토링을?


무엇이 그리 하도 막막했을까? 

서울대 디자인과 졸업생에게도 취업난은 예외가 아니었을까? 마케터가 되고 싶다며 간절히 멘토링을 요청해 온 멘티의 글을 외면할 수 없어 찬찬히 읽어보았다. 무슨 이야기 해주어야 할까, 내가 서울대졸업생에게 멘토링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선택한 것은 그저 잠자코 내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마음먹었다.



마케터가 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하도 막막하고 검색해서는 도움되는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 찾다가찾다가 멘토님께 질문드리려고 합니다.

서울대 디자인과를 졸업했고 디지털마케팅회사(정확히는 SNS콘텐츠 회사)를 1년 8개월동안 다니다가 3주내로 퇴사가 정해진 29살 남자입니다.


저는 마케팅 관련 공부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소비자와 바로바로 소통하고 그에 맞게 전략을 수립하는 마케팅 직무에 끌려서 졸업하고 마케팅 관련 회사에 취업했는데요 (또한 제가 배운 디자인이 광고와 밀접한 관계에 있어서 마케팅에 어느정도 연관관계가 있을것이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루하루 그저 광고주가 정해준대로 오퍼레이터처럼 뻔한 영상들을 만들면서 전문성/네임벨류/괜찮은 연봉 셋 중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결국 이제서야 퇴사를 결심하고 회사에 말해둔 상태입니다.


결국 내년 상반기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배운 것도 마땅치 않고 근속년수도 어정쩡해서 경력으로 들어가긴 무리란 생각에 좀 늦었지만 신입을 준비할까 합니다. 그 동안 최소한의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학원을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네 가지 질문을 멘토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1. 경력이 아닌 신입으로 들어가는게 맞는 선택일까요? 

2. 디지털마케팅 학원들이 요새 인터넷에 매우 많던데 그곳들을 취업 전까지 다니는 게 이득이 될까요? 사짜들이 많아서 좀 우려됩니다.

3. 학원이 아니라면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4. 그 외에 필요한 준비같은 게 있을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답변이 늦었습니다.

현재 제가 북경에 거주하며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빠르게 답변하는 것이 쉽지 않네요. 어딜가나 한국보다 인터넷이 빠른 곳은 없는 것 같아요 ^^ 북경에 온 지는 10개월째고요. 여전히 북경에서도 디지털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디지털마케팅 팀장으로 일하다가 중국어 한마디 못하는데 중국 완다그룹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드라마틱한 스토리 한번 들어보실래요? 저는 국문학을 전공했고 기획/홍보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기계치에 가까운 제가 디지털마케팅 업무를 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마침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던 참에 입사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홈플러스가 유통업계 최초로 SNS 채널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것이죠.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당시 저는 일과 관계없이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고 블로그가 인기있던 탓에 파워블로거라 불리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이후 다수의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두 개 회사에서 디지털마케팅 팀장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대학시절 선배로부터 중국에 함께 가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누군가는 공기도 안좋고 환경도 열악한 중국이라 폄하할지 모르지만 제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폐쇄적인 시장이지만 웨이신, 웨이보, 바이두, 알리바바 등 내수시장만으로 빠르게 성장한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는 중국시장은 그야말로 매력적이었습니다. 비록 앞서 말한 IT 기업은 아니지만 완다그룹은 현재 중국 유통시장의 최대 기업이었고 아동 교육사업이라는 점도 끌리는 부분이었습니다.


어떤가요? 정말 드라마틱하지 않나요? 제가 취미로 블로깅 하던 것이 디지털마케팅 업무를 하게 될지, 중국까지 오게 될지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우리는 늘 많은 계획을 세우며 살아가지만 세상은 계획대로 가지만은 않습니다. 정말 버라이어티 하죠. 근데 중요한 사실은 객관적으로 멘티 님이 29살의 저보다 앞서 있다는 것입니다. 29살의 저는 디지털마케팅과는 무관한 사람이었던 반면 OO님은 이미 1년 8개월이라는 관련 경력이 있고, 디자인 능력이 있고,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할지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1. 경력이 아닌 신입으로 들어가는게 맞는 선택일까요? 

이건 님이 크게 고민할 부분이 아니라 구직하는 회사에서 고민할 부분입니다. 마땅히 1년8개월 동안의 경력을 포트폴리오로 녹여서 경력직에서 경쟁하는 것이 맞지만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신입-경력 모두 지원하세요. 굳이 하나를 선택할 이유는 없죠. 다만 부족하다 생각되더라도 본인이 작업한 결과물은 꼭 잘챙겨서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 어필하세요. 

저도 팀원을 뽑기위해 면접을 많이 보지만 그것이 경력으로 인정될만한가는 저의 몫입니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건 2년이하의 팀원에게 큰 업무 경험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


2. 디지털마케팅 학원들이 요새 인터넷에 매우 많던데 그곳들을 취업 전까지 다니는 게 이득이 될까요? 사짜들이 많아서 좀 우려됩니다. 학원이 아니라면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우려된다면 가지 마세요. 들어도 강사가 크게 잘하지 않는 이상 님의 기대를 채워주진 못할 겁니다. 사실 저는 학원은 아니지만 그런 교육과정들을 들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땐 SNS라는 개념이 처음 들어왔기 때문에 블로그, 페이스북 따위의 기능을 수업으로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굳이 책으로 배우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다양한 과정들이 있지만 굳이 비용을 들여 배울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 생각입니다. 얼마든지 인터넷을 서칭하면 PPT로 잘 정돈된 학습자료도 찾을 수 있고요. 무엇보다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합니다. 강의를 통해 습득 능력이 좋다면 앞선 선배들의 경험을 많이 들을 수 있는 특강을 듣는 것이 차라리 좋습니다. 같은 크리스마스 시즌 그 브랜드는 어떻게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지갑을 열게 했는지 직접 듣는 것이 진짜 공부겠죠.  


3. 그 외에 필요한 준비같은 게 있을까요?  

디지털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저는 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자격증이나 기술 습득으로 일하는 직업이 아니거든요. 물론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죠. 디자이너 출신의 기획자는 디자이너와 소통을 잘하고 명확한 디렉션을 줄 수 있습니다. 영상까지 만든다면 더할 나위 할 것 없는 장점이죠. 기획, 디자인, 개발 등 대부분의 업무가 분업되어 있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능력은 협업에 매우 도움이 됩니다.


센스라는 것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저는 충분히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노력이 필요한 거죠. 저를 스카웃 한 분들은 짧은 시간 어떻게 저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블로그의 힘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제 블로그를 꼼꼼히 보고 확신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곳에는 저의 평소의 노력이 담겨 있고 댓글을 통해 소통하는 능력도 보입니다. 저 역시 면접을 볼때 그 사람의 SNS 채널을 유심히 봅니다. 에디팅 능력이 있는지 얼마나 꾸준한지, 어떻게 소통하는지, 관심사가 무엇인지... 한 두 시간 만나 평가하기에 미리 봐둔 상대의 채널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꼭 블로그를 운영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모아두고, 내가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마케팅 사례에 대해 코멘트 하면 그 기록이 결국 나의 좋은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이미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내가 진행한 포트폴리오가 있거나 발간한 책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것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것인지 고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짧은 글이 도움이 되시길 바라면서 열심히 준비하셔서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필자는 현재 소셜멘토링 itdaa(잇다)에서 멘토로 활동하며 멘토링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