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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12월 28일] 상이군경에 대한 단상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의 일이다. 토요일 오후라 사람들로 붐비는 버스에서 중절모를 멋스럽게 쓰신 어르신이 타시자 한 젊은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런데 뒤 따라 들어오던 나이 지긋하신 다른 어르신이 자리를 발견하고는 휙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출발하던 버스의 흔들림에 앞선 어른신이 밀리신건지 뒤따라 오던 어르신이 밀치신건지 지켜보던 나로서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어르신이 앉으신 의자가 신형 버스인 탓에 그 앞에 .. 더보기
[12월 27일] 아내는 강심장 저녁 8시 45분이 되기 무섭게 손바닥만한 종이조각을 들고 TV 앞에 앉았다. 마치 놀이동산에 입장하는 아이마냥 기대를 잔뜩 안고 말이다. 오늘은 2008년 마지막 로또 복권 당첨일이다. 지난 24일 사내 과장님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봉투를 건넸다. 혹시 회사에서 보너스라도 나왔나 싶어 살펴보니 로또 복권이었다. 사실 난 로또를 사본 경험도 손에 꼽을만큼 복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복권은 적은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낼 수 있는 최고의 선.. 더보기
[12월 26일] 가는 날이 장날? 징검다리 휴가를 잇는 휴가를 얻어 모처럼 평일을 사무실의 컴퓨터를 마주하지 않고 자유롭게 보내게 되었다.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외출할 생각으로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혔는데 평소와 다르게 아이가 기력이 없어보였다. 옷을 갈아입고도 이불 속으로 파고들던 아이의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오르고 있었다. 콧물이나 나고 기침도 했다. 전날 크리스마스라고 김연아 아이스쇼에 데리고 간 것이 화근이었다. 평소보다 날씨도 추웠지만 아이스링크라 난방이 안된.. 더보기
[진이의 말말말] 잔잔한 감동편 진이가 네 살이 되면서 대회가 통하기 시작한다.그녀와의 대화는 때론 감동을 때로는 폭소를 자아낸다.29개월 때의 일이다.고된 하루를 마치고 진이를 재우기 위해 함께 침대에 누웠는데 진이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아빠 얼굴이 왜그래?""...""사자가 물었어?" (사자를 무서워한다)"응?... 응""내가 약발라줄게"초췌한 모습을 보여주어 미안하구나... 더보기
[12월 24일] 이브에 생각하는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 함께 아프리카 고행길을 갔던 영화감독인 배감독의 전화를 받자 대뜸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내온다. 남정네끼리 어색한 것을 넉살좋게 잘도한다. 크리스마스 지나면 하지도 못하니 많이 해두란다. 크리스마스... 확실히 설이나 추석과 같은 우리네 명절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설이나 추석은 귀향길을 연상케 하듯 온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이라면 크리스마스는 철저히 연인에게 포커스 맞춰진 축제이다. 물론 예수 탄신일이고 스페인에서는 .. 더보기
그녀는 네살. 태어날 때 우렁찬 울음소리로 세상을 움켜쥐듯 주먹을 불끈쥐고 한 살에는 온종일 누워 우유를 먹으며 힘을 비축했다. 두 살이 되어서는 돌이 지나 세상을 딛고 두 발로 섰으며 네 살이 된 그녀는 당돌하게 나에게 프로포즈를 해왔다. "나 이담에 크면 아빠랑 결혼할거야" 집에서 찌니라 불리는 사랑스런 나의 딸...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더보기
[intro] 인생은 서른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불멸의 가수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 반복되어 나오는 가사이다. 서른을 앞두고 이십대의 끝자락에서 잡을 수 없는 청춘에 안타까워하고 불안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막상 서른을 맞으며 보낸 한 해는 오히려 편안하고 법적나이가 되어 미성년을 벗은 것이 아닌 진정으로 어른이 된 기분이다. 그래, 인생은 서른부터다. 지금 나의 모습이 서툴고 불안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