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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공연 전시 영화

[원작 VS 영화] 다시 본 '눈먼자들의 도시'

하얀잉크 2010.09.03 14:22

[원작 VS 영화] 다시 본 '눈먼자들의 도시'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가 얼마나 있을까? 수 많은 원작을 토대로 영화가 제작되고 있지만 영화가 원작을 뛰어넘기 힘든 것은 원작에 매료된 수많은 독자의 무한한 상상력을 하나의 규정된 스크린으로 옮겨야 한다는 어려움에 있다. 어찌보면 그것은 이미 결정난 승부인지도 모른다.

 

쉽게 10대에 열광했던 슬램덩크를 애니메이션으로 보며, 강백호의 목소리가 왜저래 하고 실망한 것은 활자를 통해 나만이 구축한 강백호의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100명이면 100명 제각기 달리 느끼게 될 그 감정을 하나로 규정짓기란 얼마나 어려울까?

 

더구나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옮긴다는 것은 이미 시도부터 큰 부담을 안고 시작해야 할터이다.

강동원, 이나영의 화려한 캐스팅에도 지하철에서 창피하게시리 눈물을 쏟으며 보았던 원작 '우행시'를 뛰어넘지 못하듯이...

 

그나마 원작에 충실했던 영화 '향수'를 보며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이 새록새록 올라왔건만 그 역시 저 위대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정교한 묘사를 따라가기는 어려울 뿐이다.

 

그럼에도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자들의 도시'를 읽고 영화를 연이어 본 것은 이 광활한 스토리를 영화화했다는데에 대한 놀라움, 그리고 어떻게 영화로 표현했는지에 대한 궁금함 때문이었다. 더구나 주제 사라마구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영화에 대해 "대단한 영화다. 줄리안 무어는 전 세계 모든 영화제의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이에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베스트셀러, 비참하고 불쾌한 눈먼 자들의 도시

 

21세기 첨단과학 문명의 오늘날 인류가 다시 원시시대의 인류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 상상할 수 없는 물음에 답을 주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이다. 

눈먼자들의도시
카테고리 소설 > 기타나라소설 > 스페인(라틴)소설
지은이 주제 사라마구 (해냄출판사, 2009년)
상세보기

고통없이 갑작스레 사람들의 눈이 먼다면? 상상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기반시설이 all stop 될 것이다.

기계도 결국 사람이 관리하고 조종하는 것이니 전기도 쓸 수 없고 수돗물도 끊기며 무엇보다 배고픔과 무수히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우리는 가끔 지하철 역이나 시내에서 눈 먼 맹인들이 도보하는데 얼마나 불편해 하는 것을 보곤 한다. 그나마 그들은 숙련된 사람들이고 인도자가 있지만 하루만에 인류가 눈이 먼다면 수많은 인명사고가 터지고 혼돈 그 자체일 것이다.

 

주제 사라마구는 그 위험한(?) 상상을 마치 체험이라도 한듯 세세하게 그려낸다. 상황 하나에도 인간이 겪을 불안과 공포, 그리고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특히, 그 혼돈 속에서도 등장하는 절대권력, 그 권력앞에 나약하고 이기적인 군중들의 심리상태들을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묘사해낸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아니 지켜봐야만 하는 한 여인의 눈을 통해 독자가 그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분량, 문장부호도 생략한채 빼곡히 가득메운 텍스트, 그럼에도 그의 스토리가 살아움직이는 덕분에 지루함없이 읽기에 부족함이 없다.  분명 내용은 불쾌한데 책장을 덮을 수 없는 것은 그것이 내가 사는 인간사회이기 때문이다.

 

 

영화, 러닝타임 120분에 담기엔 부족하기만 한 눈먼 자들의 도시

 

  소설에서 상상했던 혼돈과 비참한 인간사회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영화를 보았다. 그런데, 이 영화가 스릴러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알고 실소를 금치못했다. 정말 원작을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영화를 스릴러물로 만든 것일까?

 

역시 영화는 스릴러물이 아니었다. 영화홍보를 위해 스릴러라고 소개한다면 참으로 슬픈 일이다.

 

먼저 평을 하자면 영화는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고자 힘썼고 줄리안 무어 등 대부분의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였다.

그럼에도 500페이지의 텍스트를 영화라는 장르의 한정된 러닝타임에 담기위해 많은 부분을 생략한 탓인지 7박8일 간의 모험을 2박3일의 MT쯤으로 줄여놓은 듯한 인상이었다.

 

 

 

 

가령, 영화의 수용소 장면을 보면 소설을 본 나의 눈에는 그저 깔끔하고 여유있게 보일 뿐이다. 소설에서처럼 눈이 먼 탓에 위 아래 옷의 색상이 맞지않는 것은 기본이고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탓에 벌거벗고 아무데나 용변을 보고 이기적인 인간군상을 그리기엔 부족하다. 또한 눈이 먼 탓에 자기 잠자리를 찾기위해 손으로 침대 갯수를 센다던지, 의사 아내가 자신도 눈이 먼것처럼 행세하기 위해 주위를 의식해서 행동하나 말 하나에도 조심한다던지의 디테일한 연출이 부족한 것은 아쉽기만 하다.

 

수용소를 탈출한 주인공들이 의사 아내(줄리안 무어)의 집에 도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는지도 영화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오히려 두 어번만에 집을 찾아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주제 사라마구가 극찬한 것은 무엇때문일까? 영화 홍보를 위해서?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그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입에 발린말을 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 했다는 시도에 대한 박수이며, 크게 훼손하지 않고 원작에 충실해준데 감사의 의미가 아닐지...


 <인간이 우월하든 우매하든 권력자가 나오는 것이 본성일까?> 

사실 세 여자가 절망적인 현실에서 내리는 비에 더럽혀진 몸을 씻고 마음까지 정화하는 모습은 실감나게 영화에 표현되었으며, 눈 먼자 그룹에서 생긴 총을 든 절대권력에 무릎꿇고 성을 상납했던 여인들과 그들을 말없이 보내야만 했던 남자들의 심리상태는 매우 영화에 잘 녹아났다. 어쩔 수 없이 생략은 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만큼은 영화에서 줄 수 있는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 한 것이다.

 

그런 이유에 원작이라는 형님보다 나을 수는 없지만 아우(영화)에게도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다.

단, 영화를 먼저 본 이들이라면 -특히, 급진적인 극 전개에 실망한 이들이라면- 시간될때 원작을 읽어보길 권한다. 그렇다면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감독의 의중도 알 수 있겠지... 감독 역시 원작을 보고 영화를 만들었으니...


덧>> 2년 전 오래전 영화인데 오래된 책장을 정리하듯 과거의 블로그를 정리하다 발견했습니다. 발행을 하지 않았었네요. 하긴 그땐 그런걸 몰랐으니까... 그냥 썩히는 것이 아까워 다시 꺼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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