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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일상다반사

포토에세이, 사라지는 골목에 대하여... 미아동골목

하얀잉크 2016.03.21 18:42


나 산책하러 갈래. 이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잖아.


아내가 말했다. 이사 준비로 분주한 친정에 오니 더욱 마음이 심란한 모양이다. 어린 시절 곳곳에 추억이 담긴 골목이 사라진다니 어찌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까,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아내를 따라나섰다. 꽃샘추위라고 했지만 유난히 포근한 날이었다. 봄이 오고 있었다.


올해 3월이 지나면 집집마다 철거가 시작되고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지부진했던 재건축심의가 통과되고 주민들의 동의도 이뤄졌다. 이사가 확정된 이들이 하나 둘 골목을 떠나고 이미 이주가 한창인 골목은 생기를 잃어 한적하기만 했다.









골목을 둘러보는 아내의 발걸음은 더디었다. 하지만 그 걸음을 재촉하지 않았다. 30년 가까이 살았던 동네인데 그 추억의 무게가 가볍지 않으리라. 결혼 후 아이가 생겨 다시 찾아와 7년, 내게도 익숙하고 정다웠던 동네이다. 골목 벽면마다 이주를 부추기듯 이삿짐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해맑게 아이가 뛴다. 엄마의 마음이랑 아랑곳하지 않고 적막한 골목을 뜀박질한다. 30년 전 엄마가 뛰어놀았을 골목이다. 




골목이 사라지면 추억도 사라진다


누구나 어린 시절 골목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해가 질 때까지 골목을 뛰어다니며 딱지를 치고 구슬을 쳤던 추억. 나를 찾는 엄마의 목소리가 풀이 지칠 때까지 기다려 아쉽게 뒤돌아서야 했던 그 골목엔 누가 부르지 않아도 늘 아이들로 넘쳐났다.


지금은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골목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골목 문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놀지 않는 골목엔 추억도 없다. 엄마 아빠 어린 시절에 골목이 즐거운 놀이터였다는 사실을 드라마를 통해 어렴풋이 이해하는 시대이다. 그래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는 마음이 즐거우면서 한편으론 서글펐다.











언젠가 최신영화 비디오 테잎을 빌리기 위해 사람들로 붐볐을 비디오 가게는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시대에 필름 판매라는 낯선 문구(?)가 세월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그래도 이 골목엔 비디오와 필름 카메라가 제법 어울린다.



photographed by 하얀잉크. iPhone6


골목... 사라지는 추억에 대하여. Good Bye, 미아동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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