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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공연 전시 영화

엄베르 엄기준 7년만의 귀환, 뮤지컬 베르테르 재탄생

뮤지컬로 느끼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대하여


해가 가기 전 또 한 편의 뮤지컬을 보고 왔습니다. 요즘 뮤지컬에 푹 빠진지라 기회만 있으면 만사를 제치고 보려 노력하는데 이번에 감상한 작품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베르테르>였어요.


독일의 문호 괴테가 1774년에 출간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당시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베르테르를 모방한 자살이 이어지며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발간 금지까지 있었던 소설입니다. 유명 연예인이 자살하면 언급되는 베르테르 효과가 여기서 비롯됐죠.


원작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긴 하지만 뮤지컬 <베르테르>는 국내 순수창작 뮤지컬입니다. 게다가 2000년 초연된 이후 조승우, 엄기준, 송창의, 박건형, 김다현 등 국내 대표급 뮤지컬 배우들을 배출하며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작품이죠. 올해는 2003년 연출했던 조광호 연출이 지난 베르테르와 차별된 무대와 더욱더 짙어진 서정성으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합니다.


특히, 엄베르로 불리며 2000년대 초반 베르테르를 대표했던 배우 엄기준이 7년만에 다시 돌아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불후의 명곡> 출연으로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로 널리 알려진 뮤지컬 배우 임태경이 처음으로 베트테르 역할에 더블 캐스팅 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뮤지컬 베르테르 작품 속으로


개인적으로는 엄기준이 연기하는 공연을 보았는데요. 사진과 함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에 아파했던 베르테르의 슬픔을 느껴보시죠.





화훼단지로 유명한 발하임에서 잠시 들른 베르테르가 자석산의 모험이야기 인형극을 하는 롯데를 보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인형극에 집중하게 됩니다. 밝은 표정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롯데를 보면서 베르테를 호기심을 넘어 첫 눈에 반하게 됩니다.





생동감 넘치는 롯데의 모습에 베르테르는 한 눈에 반하게 되고 롯데 역시 시적 감흥의 대화가 통하는 베르테르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발하임에서 이런 대화가 되는 분은 베르테르씨 밖에 없을 거에요..”





설레는 마음을 안고 베르테르는 롯데를 찾아갑니다. 대화가 통하는 친구를 만난 롯데는 그를 반기고 둘은 작가의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개인적으로 베르테를 보면서 가장 밝은 에네지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는데요. 한눈에 반한 사랑에 대한 애정어린 눈빛과 그 사랑을 숨기지 못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엄기준씨의 연기가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었다고 느껴집니다. 


롯데는 베르테르에게 책을 선물하게 되고 책을 선물한 포장지를 찾던 중 마땅한 것이 없어 본인이 가지고 있던 리본을 풀어 책을 포장하게 됩니다. 이 리본은 베르테르가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못하는 끈이 되어버렸네요. 자살을 결심하고 머리에 총구를 겨눌 때에도 이 리본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답니다.





사랑의 마음을 고백하지도 못했는데 롯데는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약혼자 알베르트에게 좋은 친구를 만났다고 소개하는 롯데에게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한 채 산책하다 지나가는 길이라며 차갑게 말하고 PUB에 돌아와 안타까운 현실에 눈물짓고 있습니다. 5월이면 온 도시 전체가 꽃으로 물드는 곳에서 엉뚱한 상상력으로 꽃 이름을 짓고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이야기 하던 때를 상기하면서 애꿎은 꽃을 던져버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결국 베르테르는 벨하임을 떠나게 됩니다. 사랑의 마음도 고백할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며 체념과 상실의 마음을 갖고 아름다운 도시 벨하임을 떠납니다. 해바라기는 베르테르를 상징하는 꽃인데요.베르테르의 의상이나 배경에 자주 등장합니다. 롯데를 잊을 수 밖에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며 발하임이 떠나는 장면에서도 해바라기가 보여지는데요. 쓸쓸하게 떠나는 베르테르를 보내면서 보여지는 1막 마지막 장면의 해바라기 배경은 더 마음을 애절하게 했답니다.





베르테르는 발하임을 떠났었지만 결국 롯데를 잊지 못해서 다시 발하임으로 돌아오게 됩니다.계절은 봄을 넘어 가을을 맞이하고 있었고 베르테르는 수많은 날들을 보냈음에도 롯데를 잊지 못하는 자신에게 솔직해지려 합니다. 하지만 이미 롯데는 알베르트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베르테르는 롯데를 찾아가고 오랜 친구를 만나듯 롯데는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눕니다.

인사도 없이 떠났던 것을 서운해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지만 롯데는 베르테르의 표정에서 본인과는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베르테르는 롯데와 알베르트 모습에 좌절감에 사로잡혀 그들에게 총을 겨누게 되고 알베르트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베르테르에게 위협을 느끼고 적대감에 타오르게 됩니다.






한편 카인즈는 연모하던 미망인이 오빠에게 학대당하자 우발적으로 그 오빠를 살해한다. 베르테르는 자신을 변호하듯 카인즈를 변호하지만 알베르트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카인즈를 처형하게 됩니다.





카인즈의 사랑을 응원하던 베르테르는 끝까지 선처를 호소했지만 알베르트는 왜 베르테르가 카인즈를 변호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끝내 그의 부탁을 거절합니다. 베르테르가 어떠한 마음으로 카인즈를 변호했는지 더욱 더 확실하게 알게 된 알베르트는 더욱 더 베르테르를 적대하게 됩니다.





베르테르의 재회로 롯데는 점점 혼란에 빠집니다.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혼란스러워하고 흔들리는 자신을 보면서 절규합니다. 





베르테르는 스스로 감당 못할 열정에 깊이 상처를 받게 됩니다. 그런 절망의 기운을 느낀 롯데는 불안해하며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생각에 마음을 잡지 못합니다. 불안한 기운은 결국 현실로 다가오고 베르테르는 결국 자살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베르테르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장면이었습니다. 베르테르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어떻게 그려낼지 개인적으로 궁금했었는데 무대는 상상이상으로 더 슬프고 가슴저렸습니다. 베르테르를 상징하는 해바라기밭에 서있는 그의 뒷 모습이 내내 가슴에 남았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잊지 못하여 총구를 겨누는 손목에 그녀의 노란 리본을 감는 장면 또한 내내 마음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끝의 내용이야 워낙 잘 알려져 있기에 예상했던 부분이었지만 마지막의 베르테르가 생을 다하는 순간의 장면은 정말 명장면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무대는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무대가 많다고 생각되어졌는데 마지막 장면도 상징적인 표현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제가 표현을 해드리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막이 내리고 커튼콜이 진행되었는데요. 극의 여운이라고 해야 할까요. 묘하게도 베르테르의 뒷모습을 두고 개인 커튼콜이 이어지는데 이 장면이 가장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추천 꾸욱~ 가슴을 울린 뮤지컬 베르테르


극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될지 미리 알고 가게 되면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일부러 대강의 흐름만 파악하고 갔었는데요. 1막에서 베르테르와 롯데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의 흐름이 좀 약했던 것 같아요. 베르테르의 사랑의 깊이는 가늠할 수가 있겠는데 롯데의 마음이 어떠한지는 1막에서는 전혀 느껴지지가 않아서 그 부분이 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미묘하고 복잡한 심경의 베르테르를 눈빛 하나 손짓 하나로 다시 태어나게 한  엄기준 씨의 연기력은 단연 최고였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모던하면서 세련된 무대가 우울하고 암울한 분위기를 깔끔하게 정리시켜 주면서 더욱 그 슬픔을 배가시켜 주었습니다. 이런 훌륭한 뮤지컬이 국내 순수창작 작품이라니 앞으로도 무대에서 많은 사랑을 받길 기대하겠습니다.